뭐 여기서 라디오 들을 일이야 별로 없겠지만 어쩌다 오래된 라디오를 마련하게 되었다. 대략 40년전에 생산된 것 같은데 외관도 깨끗하고 음질도 좋은 편이다. 그 당시에는 최신의 제품이었겠지요. 주파수는 오른쪽 다이얼을 돌려서 맟추고 시계와 알람기능이 있다. 가격은 우리돈으로 9,000원이다. 집에 들여 놓고 전기를 꼽자 잘 돌아간다. 일요일이면 아침에 일어나 먼저 라디오를 켠다. 아직 TV를 장만하지 않았다. 주된 원인은 TV를 사면 누구든 일없이 그 앞에 앉을 것이 뻔하고 그러면 가족간의 대화는 물론이고 나도 소파에 누워 정처없이 시간을 보낼터이다. 그렇다고 가족간의 대화가 많아지는 건 아니지만 그 부작용은 없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TV를 사달라고 졸라도 아직 들여 놓고 있지를 않다. 리디오 좋찮아!
갑자기 마른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지면서 콩볶는 소리가 난다. 어림짐작으로 우박이 떨어지는게다 아직 한여름에...
재빨리 거실에서 카메라를 들고 현관문 앞으로 달려나가 몇장의 셔터를 눌러 본다. 정말이지 포도송이만한 우박이 아주 겁나게 내려온다. 불과 몇초만에 온 마당이 내린 우박으로 눈이 내린듯 하다. 벌써 몇번째이다. 지난번에는 우박이 몇분간 지속이 되는 바람에 유채꽃밭과 채마밭이 쑥대밭으로 변해 버렸었다. 들판이 꽃들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혜택을 가장 많이 본다는 캐나다 에드먼튼에도 아직 여름의 우박은 견디기 어려운 기상 재해이다.
눈에 문제가 있어서 안과에 다니고 있다. 처음에는 눈다래끼 인줄 알고 몇칠을 보내다가 나중에야 안 사실은 눈에 이물질이 들어간 것이다. 외국생활에서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병원가기이다. 영어도 짧은데 병원가서 예약하고 진찰받고 약타고 이게 쉽지는 않다. 그러나 부닥치고 나면 별것이 안니다.
눈에 쉿가루가 들어간 것인데 눈을 깜박일적 마다 눈이 까클거리다. 아침에 일찍 병원이 있을만한 쇼핑몰에 가서 병원을 알아본다. 아는 한국인 몇사람에게 병원을 물어 봤지만 아무도 안과를 잘 모른다. 쇼핑몰 중앙에 있는 안내용 컴퓨터에서 안과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 내었다. 여기서는 안과와 비슷한 검안사가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엉뚱한 곳에서 진료를 요청할 수 있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병원에 문을 두드리니 원무과 할아버지가 반갑게 맞아주며 무슨일이냐고 묻는다. 눈에 뭐가 들어 갔는데 뺄 수가 없어서 병원에 왔다고 하니 아직 직원이 출근 전이라 들어와서 좀 기다리랜다. 9시가 되어서 직원이 출근하고 몇가지 구두로 상황설명을 하고 10시 30분에 예약을 하고 다시 오기로 하였다. 예약시간에 병원에 도착해서 눈 사진을 찍고 약 5분간 기다리다가 의사를 만났다. 처음에는 면봉 비슷한 것으로 이물질을 제거하다가 제가가 되지를 않게되자 끝이 뽀족한 것으로 다시 치료를 시작한다. 무언가 깊게 박힌 것이다. 15분간의 치료를 거쳐 이물질의 80%가 제거 되고 나머지는 이틀후에 다시 제거 하자고 한다. 눈의 치료를 위해 콘택트 렌즈를 끼고 누워서 30분간 치료하고 마친다. 접수대에서 얼마냐고 묻자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그냥가라고 한다. 이게 뭔 시추에이션인가... 바로 무상의료이다
환자 한명을 의사가 두시간가량 진찰하고 치료하고 이야기하고 처방전에 렌즈까지 눈에 끼워주는데 공짜라고. 누가 캐나다 의료시스템이 느리고 떨어지고 형편없다고 그러든데 실제의 상황은 좀 다르다. 진료까지의 시간은 대략 2시간 정도이면 되고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면 예약시간에 오면 된다. 그냥 왔을 경우 대기시간이 좀 늦다는 것 빼고는 진료는 만점수준이다. 영어를 잘 못한다고 생각되면 최대한 천천히 쉬운 언어로 대화를 해 준다. 그리고 정말 많은 대화를 한다. 치료시간 2시간 동안 뭔 애기가 그리 많은지 나중에는 미안할 지경이다.
눈의 이물질을 한번에 제거 할 만도 한데 중간에 한차례의 경과를 보고 금요일이 되어서야 나머지 20%를 제거하고 월요일에 다시 한번 오랜다. 한국같으면 바로 다 빼고 약타고 하면 그만인데 어찌보면 참 번거롭게 여겨질만도 하고 그렇치만 이게 치료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눈의 티눈이 이러할찌인데 다른 큰병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의사는 필리핀계 여의사이다. 회사에 제출할 닥터페이퍼를 줄 수 있냐고 요청하니 페이퍼에 치료를 받고 있으니 업부를 줄여주라고 쓴다. 더하여 몇칠간의 경과를 보고 다시 치료를 할 거라고 메시지를 넣어준다. 이나라에서 영어를 잘하는 필리핀계가 전문직에 많이 종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이라고 무시하는 동남아사람들이 영어를 무기로 좋은 직업과 공무원들에 한국인 보다 월등하게 진출해 있는 것을 보면 아니라에서 한국이 이방인중 가장 떨어진다고 보인다. 또한 한인회는 무슨 자기네들끼리 소송하고 난리이고 그렇다고 한국사람들끼리 잘 모이기를 하나... 모이면 파를 만들고 싸우고 욕하고... 정치판이 여기에도 그대로 옮겨와 있다.
여기서 중국인들의 우위는 장난이 아니다. 정치인을 배출하는 것은 물론이요 시장이나 프리미어가 되면 중국각단체에 인사를 다니는 것은 새삼스러운것도 아니다. 이나라의 인프라는 중국인들이 세운것이다. 약 120년 전부터 이민 온 중국인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으면서 일으켜 세운것이다. 얼마전에는 이러한 불편한 역사에 수상이 직접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캐나다에 중국인 비율은 4.3%이다. 다른 단일민족보다 많은 편이다.
여기서는 현금대신에 거래를 할 때 우리의 가계수표에 해당하는 개인용수표(체크)를 발행해서 상대방에게 준다. 상대방에게 줄 금액과 서명을 해서 주면 그것을 상대방은 은행에 제시하면 입금이 되는 시스템이다. 이게 뭐 난리인가 싶지만은 이게 신용이다. 전적으로 신용으로 움직이는 사회이다. 이 수표를 관리하지 못해 신용을 잃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은행거래 자체도 할 수가 없고 취직은 물론이요 핸드폰, 주택임차, 자동차 등 무엇을 막론하고 다 막힌다.
대개는 주거래 은행에서 100장 단위로 사서 필요시마다 끊어서 준다. 주로 임차료, 학교공과금, 공공기관 세금 등 심지어는 용돈도 이것으로 준다. 이번에는 연방정부에 낼 세금을 머니오더를 발행해서 준다.
여기는 제가 다니는 운동센터이고 이름은 "터윌리거레크레이션센터"라고 한다. 수영장과 헬스클럽,테니스, 농구, 아이스하키, 요가 등을 한꺼번에 다 할 수 있는 곳이다. 작년에 개관을 해서 시설이 좋고 깨끗하다. 퇴근길에 수영을 먼저 30분 가량하고 사우나하다가 헬스클럽에가서 2시가 가량 더 운동하고 집에 온다. 집사람이 막둥이 좀 데리고 다니라고 성화인데 집에 들렀다가 갈려면 자꾸 마음이 변해서 침대에 누워버린다. 그래서 자구책으로 퇴근길에 바로 들른다.
수영장이 크고 어린이용 수영장은 에버랜드를 방불케 한다. 그러니 항상 애들로 북쩍이는데 한번은 어린이 수영장에 들어가보니 수온이 다르다. 애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인 것이다. 수영장에는 1여명의 라이프가드가 항상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감시한다. 안전사고를 대비해서이다.
시험때문에 CLAC에 다닌다. 우리나라도 자격증이 직무와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자격증이 워낙난무하고 사회적으로도 그것이 없다고 진입이 안되는 것이 아니니 별반 인정받기가 어렵다. 그런데 여기는 자격제도가 수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어떠한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단계가 높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또 자격이 없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거나 하지말라는 짓은 하지 않는다. 가령 이렇다. 네온사인간판을 설치하는데 설치만하고 그냥 가더란다. 주인이 왜 전기를 넣어서 불을 켜지 않야고 하자 그것은 전기기사를 불러서 하라고 한다. 직업세분화에 다른 역활을 확실히 하고 멀티로 하지 않는다. 이러다보니 각자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도 높고 사회적으로도 이러한 것 때문에 비용이 지출되고 시간이 필요한 것에 대해서 뭐라 하지 않는다. 스탬프가 필요해서 문방구에 주문했는데 2주만에 온다고 한다. 아니 스탬프 하나를 2주나 기다리라고... 그러나 기다리면 된다. 뭐 급할꺼 하나도 없다. 나만 급하고 아무도 급하게 하는 사람이 없다. 마음만 그런것이다.
B-PRs시험에 패스하면 적합한 직장으로 옮길 예정인데 시간도 촉박하고 지난번에도 탈락하여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어제도 휴일인데 회사에 출근하여 시험연습을 하였는데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래도 회사에서 시험을 위해서 갖은 지원을 해준다. 회사 장비와 재료를 제공해 주고 토요일에 문도 열어주고... 시험에 합격하면 회사를 떠날 거냐고 달시가 묻는다. 그냥 웃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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