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성초등학교33회
카테고리
작성일
2012. 10. 14. 23:26
작성자
|정창훈|

 

아래의 사진은 여느 사진집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사진이 아닙니다. 불과 얼마전 출근길에 바로 집앞에 있는 공원 길가를 차안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아침해가 수평선 멀리 떠오르면서 드넓은 잔디구릉에서 안개가 걷히고 나무들 사이에서 시원한 기운이 지나고 있습니다. 가끔은 이런 풍경을 보면서 천국이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게 불과 얼마전의 일입니다.

 

 

 

제가 사는 에드먼튼에 눈이 왔습니다. 첫눈이라고 생각하는데 얼마전에 비와 함께 잠깐 동안 눈이 내렸다고 큰아이가 말합니다. 아침 나절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비와 함께 차갑게 내립니다.저 멀리 북극에서 내려오는 찬바람과 눈이 거칠것 없이 그대로 캐나다 북부를 내달려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옵니다.  이제부터는 겨울을 준비해야 합니다. 작년에 올린 글을 보셨는지요. 에드먼튼의 첫눈. 정말 대단했지요. 눈 내리고 바로 영하 20도까지 떨어지고...

 

이제 곧 눈 덮힌 크리스마스가 오게지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무성하게 자라던 밀밭이 을씨년스럽게 가을색을 띠고 이제는 눈까지 덮히는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게 누구의 땅인가. 어느 에이커리치(acre rich 땅부자)의 밀밭이겠지요. 저 멀리 보이는 나무숲이 밭의 경계입니다.

저 나무숲안에 농장주가 살고 있어요. 여기 농부는 거의 다 부자랍니다. 어느해인가는 밀을 심고 어느해인가는 옥수수를 심거나 유채꽃을 키워 카놀라유를 생산하고 이두저두 싫으면 소나 몇천마리 키우든지 뭐 그러더군요.

 

 

회사 울타리 밑에 눈덮힌 크로버 잎들.

 

 

시내 다운타운에 지나가는 길에 차이나타운을 발견하여 잠깐 지나가 봅니다. 오늘이 추수감사절이라 모두 문을 닫고 길가가 모두 한산합니다. 여기의 차이나 파워는 여지없이 극성입니다. 영연방 최초로 중국계 수상이 탄생했는가하면 정치인은 셀 수도 없습니다. 그 난리법썩인 그네들만의 문화로 세간의 눈살을 찌부리게 하지만 여전히 중화인의 단결력은 어디에서든지 그들을 생존하게 만듭니다.

 

 

 

차이나도서관 입구에 서있는 중국건국의 아버지 쑨원 동상입니다. 이름 앞에 <Dr> 은 그가 중의사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몇해전 홍콩에 갔을때에도 쑨원이 세운 중의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었지요. 광동성의 가난한 농부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의학공부를 하였으며 신해혁명 후 중국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캐나다와 인연이 깊습니다. 청 말기에 밴쿠버에 세차례나 방문했고 지금은 이것을 기리기 위해 쑨원중국정원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 쑨원중국공원 바로가기)

 

 

추수감사절 오후에 지인들과 파크에서 삼겹살 파티를 하기로 하고 옷을 든든히 챙겨 입고 집을 나서 봅니다. 도착한 공원에 무슨 철새가 있어서 풀밭에 엎드려 무릎으로 기어서 다가가 몰래 찍어 봅니다. 근데 이치들이 싸놓은 똥이 정말 크네요. 기러기인가?

 

 

 

공원에는 이렇게 고기를 굽도록 하는 화로가 마련되어 있어서 장작을 가져오면 누구든지 바베큐 파티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날 오후에는 바람이 어찌나 불던지 굽던 고기가 숫덩이가 될 지경입니다. 밖에 나오면 남자들이 다 한다드니 여기는 더합니다.

 

몇가지 고기굽는 집기를 실은 차량이 도착하지 않아 옆에서 고기를 굽는 중국인(여기도 중국인이군)에게 꼬치 막대 두개를 빌리고 또 맨손으로 먼저 고기를 굽숩니다. 삼겹살구이가 아니라 손겹살 구이가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내가 무슨 차력사도 아니고 맨손으로 고기를 뒤집고 그러나...

 

이날 정육점에서 사 온 삼겹살을 모두 먹어치우는 게걸스러움을... 역시 야외에서 한국사람은 스테이크 보다는 삼겹살이죠^^

 

 

아줌마들은 남자들이 구운 고기를 다 할때까지 쉴터에서 수다를 떨고 있습니다. 가운데 V자 표시를 하시는 분이 안식구와 가장 가깝게 지내는 친구입니다. 가끔은 오후 나절에 서로 만나 팀홀튼 Tim Holton 이라고 불리는 캐나다판 다방에서 커피도 같이 마시며 사는 이야기와 고민거리를 서로 나누는 사이입니다. 좋은 친구 만나서 다행입니다.

 

 

사진에서만 서로 웃고 있지만 돌아서면 앙숙입니다. 말을 무지 안듣거든요. 짐싸서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몇번이나 했는데 아직 저러고 있네. 한국에 있을 때보다 공부도 조금 덜하는 것 같고 꿈의 크기도 점점 작아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같은  친구들과 빡세게 공부하면서 경쟁할 때에는 그러질 않았는데 여기서 학교 분위기나 생활이 전체적으로 느슨해지다 보니 자연히 변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예전같으면 새벽 2시가 되어도 들리던 교과서를 통으로 외우던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공원에 가을의 정취가 조금은 남아있지만 기온은 겨울입니다. 에드먼튼의 가을은 이렇게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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